은행발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거래소 지분 족쇄
금융위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제한, 오너 경영 억제와 동시에 ‘주인 없는 회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한국 가상자산법은 빗장을 거는 방향으로 설계되며, 국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스스로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차원의 치열한 크립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결론: 규제의 방향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 한국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제한은,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은행에만 가두고, 거래소의 오너십과 장기 전략을 약화시키며, ‘주인 없는 회사’ 구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빗장형 가상자산법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글로벌 크립토 패권 경쟁에서 점점 변두리로 밀려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안전을 위해 선택한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과 기술 주도권을 갉아먹는 자기모순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규제의 강도와 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사업자의 규모·내부통제 수준·국제 협력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정교한 규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은행과 기존 금융권만이 아니라, 핀테크·블록체인 기업·글로벌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개방형 논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의 현실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가상자산법이 단순한 ‘억제 장치’가 아니라, 안전과 혁신을 동시에 담보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규제,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조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강력한 정책이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크립토 생태계에서 결제, 송금, 디파이(DeFi), 토큰 증권 등 각종 서비스의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를 은행 중심으로만 허용한다는 것은, 기술 혁신의 핵심 동력인 민간·핀테크·글로벌 플레이어를 제도권 가장 바깥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들이 규율은 강화하되 다양한 주체에게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과는 상당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은행 중심 구조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성과 신뢰성 제고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은행은 엄격한 자본규제와 감독을 받기 때문에 ‘돈을 맡겨도 되는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 깊다. 금융위는 이러한 신뢰를 스테이블코인에 ‘이식’해,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리스크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실제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붕괴 사례, 불충분한 준비금으로 인한 페깅 이탈 등 글로벌 시장의 크고 작은 사고들은 규제당국의 우려를 키워왔다. 그러나 은행이 모든 것을 전담하는 방식은 기술 주도 혁신보다는, 기존 금융권 중심의 보수적·폐쇄적 생태계를 굳히는 효과를 낳기 쉽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가상달러’가 아니라, 크립토 생태계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허브 역할을 한다. 글로벌 상위 거래소와 디파이 프로토콜의 상당수는 민간발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은행 중심 발행만을 허용한다면, 한국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유통망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규제와 내부통제 이슈로 인해 탈중앙화 생태계와의 직접적 연계를 극도로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용 결제 수단’ 수준에 머물고, 글로벌 디지털 자산 패권 경쟁에서 사실상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속도’다. 크립토와 블록체인 시장은 기술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뀐다. 반면 은행은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리스크 허용도가 낮다. 은행발 스테이블코인 체계가 구축되더라도 실제 시장에 혁신적 서비스와 연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그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실시간 결제 인프라, 온체인 자산거래가 보편화될 수 있다. 즉, 규제는 완비되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뒤처진 ‘형식적 제도 선진국’이 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무엇을 최우선 가치로 두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단기적인 안전성과 리스크 방지를 최우선할 것인지, 혹은 장기적인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 주도권까지 함께 고려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금융위의 접근은 안정성에 극단적으로 초점을 맞춘 대신, 혁신과 개방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 구조다. 한국이 진정으로 디지털 금융 강국을 지향한다면, 은행 중심 틀은 유지하더라도 핀테크·글로벌 프로젝트·블록체인 기업 등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에 참여할 수 있는 다층적·개방형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족쇄’, 오너 경영 막지만 지배구조 공백 우려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을 15%로 제한하는 규제는 한국 가상자산 산업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중대 변수다. 금융위의 논리는 명확하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거래소를 사금고처럼 악용하는 ‘오너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외 일부 거래소에서 내부자 거래, 상장 로비, 자전거래 등 각종 불투명 행위가 문제로 떠올랐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절대 권력이 시장 왜곡을 키웠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분을 강하게 분산시키면, 사익 추구 동기를 약화시키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규제당국의 기대다. 그러나 지분 15% 상한은 의도와 달리 ‘주인 없는 회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논쟁거리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혁신산업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는, 강력한 비전과 리스크 감수 성향을 지닌 창업자·오너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거래소는 고도의 기술, 자금 조달, 글로벌 파트너십, 규제 대응이 복합적으로 얽힌 비즈니스다. 이런 분야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면, 장기적 투자와 과감한 전략 수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경영진이 ‘주가 단기 방어’와 ‘규제 리스크 최소화’에만 매달리는 방어적 조직으로 변질될 위험도 크다. 또한 ‘주인 없는 회사’ 구조는 역설적으로 지배구조의 책임소재를 흐릴 수 있다. 대주주가 15%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위기 발생 시 누가 실질적인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호해진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단기 계약 관계에 불과할 수 있고, 다른 기관투자자들은 분산된 소수 지분만 보유해 강력한 감시 동인을 가지기 어렵다. 결국 누구도 장기적 관점에서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기술 투자·글로벌 확장 전략을 주도하지 못하는 지배구조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금융위가 의도한 ‘건전한 지배구조’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15% 족쇄는 심각한 불리함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 상위권 거래소들은 대체로 창업자나 특정 기업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며,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 한국 거래소만이 오너십을 구조적으로 제약당할 경우,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글로벌 인수·합병, 신규 파생상품 개발 등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 어려워진다. 이는 결국 해외 투자자와 프로젝트들이 한국 거래소를 ‘보수적이고 느린 시장’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유동성과 우량 프로젝트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물론 오너 리스크를 방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수단과 강도가 문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이해상충 방지 장치, 상장·상폐 프로세스의 투명한 공개, 내부자 거래 엄벌 등 다양한 규제 수단이 이미 존재하거나 도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인 15% 상한선을 설정하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산업 성장 동력을 과도하게 희생시키는 측면이 있다. 보다 정교하게 설계된 다층 규율, 예를 들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거래소나 상장사 전환 시 상한 완화, 기관투자자 중심 컨소시엄 모델 등 유연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韓 가상자산법의 ‘빗장’과 글로벌 크립토 패권 경쟁의 긴장감
한국 가상자산법의 방향성은 전체적으로 ‘빗장을 거는’ 색채가 매우 짙다.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제한은 그 상징적인 두 축이다. 이러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과열과 투자자 피해를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한국을 후발·수동 플레이어로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 지금도 이미 글로벌 유수 프로젝트와 자본, 개발자 인력이 미국, 유럽, 싱가포르, 홍콩, 두바이 등으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스스로 장벽을 더 높이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가상자산을 더 이상 단순한 투기 수단으로만 보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토큰 증권, 온체인 금융,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새로운 금융·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모든 흐름의 결제·정산 허브 역할을 하고, 거래소는 자본과 프로젝트가 만나는 관문 기능을 수행한다. 한국이 이 두 영역에서 동시에 보수적 규제의 빗장을 걸어 잠그면, 결국 미래 금융·산업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를 해외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문제를 넘어, 데이터·자본·기술 주권의 이슈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특히 크립토 패권 경쟁은 ‘선점효과’가 극도로 강한 분야다. 먼저 규칙을 만들고, 먼저 시장을 열어준 국가가 글로벌 프로젝트와 투자자, 인재를 빨아들이며 생태계를 장악한다. 뒤늦게 규제를 완화해도 이미 글로벌 표준은 다른 나라에서 결정되어 버린 뒤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규제 기조는 “일단 막고 본 뒤, 나중에 필요하면 푼다”에 가깝다. 그러나 패권 경쟁의 현실은 “지금 열지 않으면, 나중에 풀어도 이미 늦다”에 가깝다. 이 괴리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규범 소비국으로만 남고 규범 생산국이 되지 못하는 구조에 갇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규제를 철폐하자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확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다만 규제의 철학과 설계 방식이 중요하다. 한국 가상자산법은 현재 ‘위험 최소화’에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한 ‘기회 극대화’ 관점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기본으로 하되, 일정 요건을 갖춘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는 제한적 발행·유통 권한을 부여하는 샌드박스형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거래소 지분 규제 역시 일률적인 15% 상한이 아니라, 상장 여부·규모·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다층 구조로 재설계할 여지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쇠사슬형 규제’가 아니라 ‘가드레일형 규제’다. 시장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울타리를 치되,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달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한국은 IT 인프라, 개발자 역량, 투자자층의 수준, K-콘텐츠와 결합 가능한 토큰 이코노미 잠재력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강점을 살릴 수 있을지, 혹은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 가둬버릴지는 결국 현재 논의 중인 가상자산법의 최종 설계에 달려 있다. 한국이 글로벌 크립토 패권 경쟁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의 ‘빗장 거는’ 규제 노선을 조금 더 섬세하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조정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결론: 규제의 방향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때 한국 금융당국이 제시한 은행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제한은,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은행에만 가두고, 거래소의 오너십과 장기 전략을 약화시키며, ‘주인 없는 회사’ 구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빗장형 가상자산법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글로벌 크립토 패권 경쟁에서 점점 변두리로 밀려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안전을 위해 선택한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과 기술 주도권을 갉아먹는 자기모순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규제의 강도와 범위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사업자의 규모·내부통제 수준·국제 협력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정교한 규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은행과 기존 금융권만이 아니라, 핀테크·블록체인 기업·글로벌 프로젝트를 포괄하는 개방형 논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거래소 규제의 현실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가상자산법이 단순한 ‘억제 장치’가 아니라, 안전과 혁신을 동시에 담보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